
국어 교사이자 강사로 오랜 시간 활동해온 박민정 작가가 문학이라는 새로운 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녀의 첫 장편소설 『편백나무 숲』이 출간을 앞두고 있으며, 공개된 티저 포스터 한 장만으로도 독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포스터에는 작가의 강렬한 시선과 입가에 물은 붉은 꽃, 그리고 단 한 문장이 새겨져 있다.
“기억의 피가 흐르는 터널을 벗어나니, 편백나무 숲이었다.”
이 문장은 단순한 인트로를 넘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적 출발점이자 세계관의 관문이다. 『편백나무 숲』은 ‘기억’, ‘피’, ‘유전자’, ‘윤회’, ‘무녀의 저주’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철학적 미스터리이자 SF적 신화 서사다.
작품은 주인공 ‘라희’가 자신이 고대 일본 무녀 가문의 후손이며, 세대를 걸쳐 전해진 유전병 ‘SCA31’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작된다. 이 병은 단순한 신경질환이 아닌, 가문의 제의 속에서 대물림되어 온 ‘기억의 피’이자 ‘신의 형벌’로 간주된다. 라희는 대구의 작은 사찰 ‘관음사’에서 출발해 일본 나가노 현의 다카하시 가문, 그리고 인류의 기억과 유전자를 통제하려는 거대 바이오 기업 진우이터널(GENE -うえ:ETERNAL)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에 걸친 기억과 윤회의 퍼즐을 하나씩 맞춰 나간다.
소설은 고대와 현대, 샤머니즘과 유전자공학, 인간과 기억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다. 박 작가는 “내가 쓰는 모든 이야기의 중심엔 ‘기억’이 있다.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유전되며 반복되고, 선택되지 못한 삶들이 내 안에서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민정 작가는 고등학교 국어 교사 및 국어 강사로 재직했으며, 이후 본격적인 창작 활동에 돌입했다. 그녀는 일본 문학 거장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정제된 문체와 감성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니체적 존재론과 불교적 윤회관을 문학적으로 해석하며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다.

이번 소설에는 작가의 개인적인 아픔과 치유의 경험이 깊이 녹아 있다. 그녀는 작품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몇 년 전, 어머니가 희귀병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기억과 생명력이 조용히 꺼져가는 시간을 지켜보며, 저는 오히려 기억이란 무엇인가를 기록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작가는 『편백나무 숲』을 “자신의 뿌리를 마주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다시 짜내는 이야기”라고 정의하며, 이 작품이 단순한 허구가 아닌, 삶의 고통에서 길어낸 서사임을 강조했다.
“사라지는 기억의 끝에서, 저는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제 어머니와 아버지께 드리는 작고도 깊은 저의 인사입니다.”
오는 하반기 출간 예정인 『편백나무 숲』은 기억과 유전, 운명의 퍼즐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되묻는 문제작으로, 문학계의 새로운 시선을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