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인터뷰] "청년 작가들의 숲이 되어주다", 갤러리발트 오영주 관장의 '빨간 지붕' 철학

청년 예술가의 든든한 조력자 오영주 관장

빈둥지에서 피어난 예술의 혼, 치유의 공간이 되다

대관료 없는 초대전 고집하는 이유, "예술가의 고충, 누구보다 잘 알기에“

용인 수지구의 복합 쇼핑몰, 화려한 매장들 사이 5층 한편에 발을 들이면 공기부터 다른 고요한 ‘숲’이 나타난다. 독일어로 숲을 뜻하는 ‘갤러리발트(Gallery Wald)’다. 이곳에서 만난 오영주(Rosa Oh) 관장은 따뜻한 미소로 손을 맞이했다. 동양화가였던 아버지의 먹을 갈던 막내딸에서 세 아이의 엄마로, 그리고 이제는 신진 작가들의 앞길을 밝히는 '등대'가 된 그의 삶은 그가 그리는 작품 속 '빨간 지붕'을 닮아 있었다.

 

오 관장의 인생은 결혼 전후로 극명하게 나뉜다. 촉망받던 서양화 전공자로 덴마크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결혼 후 세 아이를 키우며 10년 넘게 붓을 놓아야 했다. 아이들이 모두 유학을 떠나고 찾아온 '빈둥지 증후군'은 지독한 우울증을 몰고 왔다.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 같았어요. 그때 남편이 다시 그림을 그려보라고 권유했죠. 그림은 제게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아준 생명줄이었습니다."

2022년, 그는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마련했던 개인적인 작업 공간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것이 갤러리발트의 시작이다. 처음엔 본인의 작품을 전시하며 마음을 달래려 했지만, 점차 눈에 들어온 건 자신처럼 재능은 있지만 무대가 부족한 후배 작가들이었다.

 

쇼핑몰 내 입점한 갤러리로서 임대료 부담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오 관장은 개관 이후 지금까지 '대관료 없는 초대전'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수익은 적지만, 그는 "화가로서 겪었던 고충을 알기에 이 길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2024년 여름, '잠비아 생태마을 후원 특별 기획전'을 통해 22명의 작가와 함께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는 등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 왔다. 회화부터 조각, 규방공예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신진 작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이곳은 이제 청년 작가들 사이에서 '반드시 거쳐 가고 싶은 공간'으로 입소문이 났다.

 

작가 'Rosa Oh'로서의 행보도 거침없다. 뉴욕 코스모스갤러리 개인전 등 국내외 무대에서 활약하는 그의 작품 세계 관통하는 키워드는 '가족'이다.

"제 작품 속 바다는 저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주셨던 아버지에 대한 향수이고, 빨간 지붕의 집은 멀리 떠나있는 아이들이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안전한 피난처를 의미합니다."

아크릴과 파스텔, 왁스화 등 다양한 재료를 실험적으로 사용하는 그의 작품은 관람객들에게 '위로와 평온'을 선사한다. 그가 갤러리를 운영하며 후배들을 돕는 행위 자체가, 어쩌면 세상 모든 지친 예술가들에게 '빨간 지붕'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의 발현인 셈이다.

 

오 관장의 시선은 이제 더 먼 미래를 향한다. 용인 지역에 자체 공간을 확보해 '청년 작가 레지던시'를 운영하고, 실력 있는 작가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오늘도 작업실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겼다.

 

"일주일에 작품 하나는 힘들겠지요. 하지만 한 달에 하나라도 꾸준히 붓을 놓지 마세요. 자신의 내면을 포기하지 않고 그려낸다면, 길은 반드시 열립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갤러리발트의 문을 나서자, 화려한 도심의 소음이 다시 들려왔다. 하지만 그곳에 머물렀던 짧은 시간 동안 느낀 예술의 온기는 마치 숲속에서 들이마신 맑은 공기처럼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았다.

작성 2026.03.10 09:28 수정 2026.03.1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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