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옆 작은 나라, 쿠웨이트인들의 불안과 두려움

50마일의 지옥!" 미사일 비 내리는 쿠웨이트, 다시 깨어난 1990년의 악몽

"석유인가, 피인가?" 이란의 미사일 도박에 전 세계 경제가 흔들린다

요격률 98%의 진실" 쿠웨이트 노어부가 낚싯대를 버리고 바다를 노려보는 이유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다시 한번 전쟁의 공포에 직면한 쿠웨이트는 1990년 이라크 침공의 아픈 기억을 간직한 쿠웨이트인들은 현재의 갈등을 과거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으로 인식하며 안보 위기를 느끼고 있다. 이란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걸프 국가들의 석유 시설을 타격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현지 어업이 중단되고 축제가 취소되는 등 민간인의 삶에 큰 지장이 생겼다. 그럼에도 많은 시민은 자국의 방어 능력을 신뢰하며 강한 회복탄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50마일의 파고, 쿠웨이트가 마주한 두 번째 악몽

 

북새통을 이뤄야 할 마리나의 부두에 수백 척의 유람선이 뭍으로 올라와 있다. 마치 거대한 고래들이 집단 좌초된 듯한 기묘한 풍경이다. 70세의 노련한 어부 칼리드 알 오자이나(Khalid Al-Ozaina)는 따스한 봄 햇살 아래 눈을 가늘게 뜨며 먼바다를 응시한다. 그가 낚싯대를 내려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의 기억은 정확히 1990년 8월 2일,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국경을 넘었던 그 참혹한 새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가 우리가 낚시를 금지당했던 마지막이었지." 노 어부의 짧은 한마디에는 30여 년의 세월을 관통하는 묵직한 두려움과 회한이 서려 있다.

 

쿠웨이트 시티에서 바다 너머 이란까지의 거리는 고작 50마일(약 80km)에 불과하다. 서울에서 천안 정도의 거리다. 이 가깝고도 먼 이웃 나라에서 날아오르는 미사일과 드론의 궤적은 쿠웨이트인들에게 단순한 뉴스가 아니다. 그것은 거실 창문을 흔드는 진동이며, 잠든 아이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파편이다. 실제로 최근 이란의 드론 파편이 민가로 추락해 침대에서 잠자던 11세 소녀가 목숨을 잃는 비극이 발생했다. 평화로운 일상을 깨뜨리는 이 잔인한 불꽃놀이는 쿠웨이트인들의 DNA 속에 깊이 박힌 '걸프전의 트라우마'를 다시 깨우고 있다.

 

타오르는 유전과 검은 비의 기억

 

쿠웨이트의 현대사는 불타는 기름 냄새와 섞여 있다. 1990년 후세인의 공화국 수비대가 쿠웨이트를 점령했을 때, 세계는 경악했다. 유가는 폭등했고, 7개월간의 점령 기간 수천 명의 군인과 민간인이 학살당했다. 당시 미 대통령 조지 부시가 주도한 39개국 다국적군이 '사막의 폭풍' 작전을 통해 이라크군을 몰아냈을 때, 퇴각하던 이라크군은 쿠웨이트의 모든 유전에 불을 질렀다.

 

당시 쿠웨이트의 하늘은 낮에도 밤처럼 캄캄했다. 하늘에서는 검은 기름비가 내렸고, 숨을 쉴 때마다 폐부 깊숙이 매캐한 연기가 박혔다. 텍사스의 전설적인 소방관 '레드 어데어(Red Adair)'가 투입되어 지옥 같은 화염과 사투를 벌였던 그 시절, 쿠웨이트는 국가의 존망을 건 벼랑 끝에 서 있었다. 그 전쟁의 유산으로 쿠웨이트 땅에는 미국의 대규모 군사기지들이 들어섰고,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이 기지들은 이란의 주요 타격 목표가 되어버렸다. 이번 교전으로 이미 6명의 미군과 4명의 쿠웨이트 군이 목숨을 잃었다.

 

석유라는 이름의 축복, 그리고 저주

 

쿠웨이트를 비롯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은 지난 수십 년간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모래 위에 유리와 강철로 된 화려한 마천루를 세웠다. 하지만, 이 눈부신 번영은 역설적으로 이란의 '압박 카드'가 된다. 이란의 전략은 명확하고 단순하다. 호르무즈 해협과 인접한 유전 지대를 위협해 유가를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미국과 서방 경제에 타격을 입혀 전쟁을 조기에 종식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이란은 500마일 아래 호르무즈 해협과 불과 130마일 떨어진 하르그 섬을 거점으로 쿠웨이트의 앞마당을 조준한다. 걸프 지역의 안락함에 젖어 있던 외국인 전문가들은 이미 서둘러 본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공항과 아파트, 석유 터미널이 미사일 세례에 처참하게 찢겨 나가는 모습을 보며 그들은 이 땅의 평화가 얼마나 깨지기 쉬운 유리 공예였는지를 깨닫는다.

 

98%의 방어막 뒤에 숨은 불안한 평화

 

그럼에도 쿠웨이트 시티의 '수크(전통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하다. 66세의 은퇴한 항공관제사 칼레드 알 라시드는 시샤를 피우며 민트 차를 들이켠다. "지금은 90년대만큼 파괴적이지 않다. 우리 공군이 미사일의 98%를 요격하고 있으니까." 그의 말대로 라마단 종료를 축하하는 '이드 알 피트르(Eid al-Fitr)' 축제를 앞둔 거리는 선물을 사려는 가족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훨씬 신중하다. 당국은 보안을 이유로 축제 기간의 콘서트와 결혼 잔치를 전면 금지했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웃음소리 이면에는 "누구든 이란과 맞서는 자는 패배할 것"이라는 알 라시드의 서늘한 경고가 흐른다. 이 전쟁은 쿠웨이트가 원한 전쟁도 아니며, 이겨도 얻을 것이 없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창밖의 바다는 속절없이 푸르다. 36년 전, 검은 연기로 뒤덮였던 그 바다가 다시금 전운에 휩싸이는 것을 보며 인간의 욕망과 정치가 얼마나 무력한 것인지 묵상하게 된다. 우리는 흔히 평화를 당연한 공기처럼 여기지만, 이곳 쿠웨이트에서 평화는 매일 새벽 미사일 요격 시스템의 가동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위태로운 선물이다.

 

어부 알 오자이나가 그리워하는 것은 단순히 물고기를 낚는 행위가 아닐 것이다. 아무런 공포 없이 작은 배를 띄워 수평선을 바라볼 수 있는 자유, 내 아이가 자다가 파편에 맞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그리고 이웃 나라가 나를 겨누지 않는다는 신뢰일 것이다. 석유가 뿜어내는 검은 황금보다 더 귀한 것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앉아 마시는 차 한 잔의 고요함이다.

 

작성 2026.03.21 01:51 수정 2026.03.21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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