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 상수도 시설 폭격: 왜 이 사건이 중요한가

폭탄이 물길을 끊었다… 50도 폭염 속 2만 명이 마실 물을 잃다

미 공습에 무너진 이란 남부 식수 저수조 - 5년 가뭄으로 메말랐던 땅 위에 떨어진 또 하나의 재앙

폭탄이 끊은 것은 전기가 아니라 '물'이었다 - 50도 폭염 속 2만 명의 갈증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전쟁은 총구로만 사람을 겨누지 않는다. 때로는 한 모금의 물을 끊는 것으로 더 깊고 조용한 상처를 남긴다.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이란 남부의 폭염 속에서,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갑자기 마실 물을 잃었다. 그들의 식수를 담아 두던 저수조 위로 폭탄이 떨어진 탓이다. 미사일은 통신 탑과 레이더를 노렸다지만, 정작 부서진 것은 마을 사람들의 목을 축여 주던 콘크리트 물탱크였다. 군사 표적과 민간의 생존선, 그 아슬아슬한 경계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이번 비극의 도화선은 호르무즈 해협 상공에서 추락한 미 육군 아파치 헬기다. 워싱턴은 이란의 격추라고 단정했고 테헤란은 전면 부인했지만, 미국은 곧바로 보복 공습에 나섰다. 두 나라는 4월 8일 파키스탄의 중재로 임시 휴전에 들어간 상태였으나, 그 살얼음판은 또다시 깨졌다. 더 뼈아픈 사실은 이란이 이미 '물 부족'이라는 또 하나의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으로 가뭄이 이어졌고, 세계자원연구소는 이란의 물 스트레스를 '극도로 높음'으로 분류한다. 한 해 쓸 수 있는 재생 가능 수자원의 80퍼센트 이상을 끌어다 쓴다는 의미다. 2025년 11월에는 테헤란 아미르 카비르 댐의 저수율이 8퍼센트까지 곤두박질쳤고, 전국에서 주요 댐 19곳이 바닥을 드러냈다. 그렇게 목마른 땅 위로, 다시 폭탄이 떨어졌다.

 

미군은 이번 공습이 통신과 레이더 시설을 겨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 측이 전하는 현장의 그림은 사뭇 다르다. 호르모즈간주 시리크 카운티 바마니 지구의 콘크리트 식수 저수조 두 곳이 미사일에 파괴됐다는 것이다. 호르모즈간 상하수도공사 대표 압돌하미드 함제푸르는 용량 500세제곱미터와 2천 세제곱미터짜리 저수조가 부속 설비와 더불어 완전히 못 쓰게 됐다고 확인했다. 

 

이 시설은 쿠헤스타크시와 인근 10개 마을, 2만 명이 넘는 주민의 식수원이었다. 초기 피해액은 78만~83만 달러로 추산됐다. 주목할 대목은 CNN의 검증이다. CNN은 현장 사진의 위치를 독립적으로 확인했고, 무기 전문가들은 잔해가 미국제 GBU-39 정밀유도폭탄 계열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 잔해가 실제 현장에서 수습된 것인지는 별도로 입증되지 않았다. 한편, 이란 혁명수비대는 보복으로 바레인·쿠웨이트·요르단의 미군 기지를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폭탄이 떨어진 시각은 현지 시각 새벽, 기온이 섭씨 50도에 육박하던 호르모즈간주였다. 가장 더운 곳에서 가장 절박한 것을 빼앗긴 셈이다. 사실 이란의 물이 표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외무장관 압바스 아락치는 3월 7일에도 미국이 호르무즈의 케슘섬 담수화 플랜트를 타격했다고 비난한 바 있다. 그 공격으로 30개 마을의 물 공급이 끊겼다고 그는 전했다. 

 

기반 시설을 겨눈 공격은 중대한 결과를 부르는 위험한 선례이며, 그 선례를 만든 쪽은 이란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게 그의 항변이었다. 이란 수자원 대변인 이사 보조르그자데는 이번 저수조 공습을 전쟁범죄로 규정했다. 실제로 국제인도법은 식수 시설을 포함한 수자원 기반 시설을 군사 표적이 될 수 없는 민간 자산으로 본다. 2004년 채택된 베를린 수자원 규칙 또한 민간인에게 과도한 고통을 안기는 수자원 시설 파괴를 금지하며, 이는 제네바 협약의 보호 대상이기도 하다.

 

물은 언제나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고, 가장 약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목마르다. 군사 시설을 노렸다는 해명과 식수 저수조가 무너졌다는 증언, 그 좁은 간극 사이에는 빈 양동이를 들고 마른 수도꼭지 앞에 선 아이들의 얼굴이 놓여 있다. 

 

전쟁의 셈법은 표적의 좌표를 정교하게 따지지만, 갈증은 끝내 좌표를 묻지 않는다. 메마른 땅에서 물 한 모금을 끊는 일을 두고 과연 '비례적'이라 부를 수 있는가. 사람이 사람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형벌이 목마름이라면, 그 마른 입술의 책임은 결국 누구의 양심 위에 고이는가. 폭탄은 콘크리트를 부수었으나, 정작 시험대에 오른 것은 인류가 전쟁 중에도 지켜야 한다고 약속했던 마지막 선이다.

작성 2026.06.11 09:13 수정 2026.06.1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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