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갑판에 갇힌 넉 달… 호르무즈 선원 1만 1천 명, 마침내 귀환

"엔진을 켜라"… 닫혔던 물길이 열리자 유엔이 띄운 구조선

강철 갑판에 갇힌 넉 달… 호르무즈의 선원 1만 1천 명, 마침내 뭍으로

전쟁이 멈추자 유엔이 구조선을 띄운다 — 유가와 통행료 너머, 잊혔던 사람들의 귀환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미·이란 양해각서로 전쟁이 멈추자, 2월부터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였던 1만 1천여 명의 선원을 유엔 해양 기구가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세계는 호르무즈 해협을 배럴과 통행료로 셈해 왔다. 그러나 그 좁은 물길 위에는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 1만 1천여 개의 얼굴이 있었다. 2월 이후 넉 달 가까이, 그들은 오도 가도 못한 채 강철 갑판에 갇혀 있었다. 미·이란 양해각서가 전쟁을 멈춘 지금, 유엔이 마침내 이들을 뭍으로 데려오는 작업에 들어간다.

 

사연의 뿌리는 전쟁이다. 2026년 2월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수많은 선박이 여러 달 동안 발이 묶였다. 호르무즈는 그저 한 줄기 바닷길이 아니다.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가 지나는, 걸프를 드나드는 유일한 관문이기 때문이다. 그 길목이 막히자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세계 경제에 충격이 번졌다. 그러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는 통계에 잡히지 않았다. 배와 함께 멈춰 선 선원들이다. 출구는 외교가 열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합의 타결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의 '무료 개방'과 미군 해상 봉쇄의 즉각 해제를 공식 승인하며 "세계의 배들이여, 엔진을 켜라"고 선언했다. 닫혔던 물길이 열리고서야, 갇혔던 사람들에게도 길이 생긴 것이다. 

 

이제 구조의 손길이 바다로 향한다. 유엔의 해양 전문기구가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1만 1천여 명의 선원을 대피시키는 작전에 착수했다. 이는 미·이란 양해각서가 전쟁을 멈춘 뒤 이뤄진 조치다. 여기서 말하는 유엔의 해양 기구는 국제해사기구(IMO)로, 세계 해운의 안전을 책임지는 유엔 산하 전문기구다. 발이 묶였던 선박은 특정 국가의 것이 아니다.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LNG 운반선에는 인도·필리핀·동남아시아 등 여러 나라 출신 선원이 뒤섞여 탄다. 한 척의 배가 멈추면,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수십 명의 생계가 한꺼번에 멈춘다. 그 멈춤이 1만 1천 명분 쌓인 것이다. 

 

바다 위에 멈춘 넉 달

 

이란과 오만 사이, 가장 좁은 곳의 너비가 수십 ㎞에 불과한 이 해협에서 시간은 더디게 흘렀다. 상선의 선원은 보통 수개월 단위 계약으로 승선하며, 정해진 항구에서 교대해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물길이 막히면 그 순환이 끊긴다. 계약 기간이 지나도 내릴 항구가 없고, 식수와 식량·연료는 줄며, 가족과의 거리는 그대로 바다 위에 얼어붙는다.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넉 달을 기다린다는 것은, 단순한 지연이 아니라 일상 전체가 정지하는 일이다. 세계 무역의 9할이 바다를 지나지만, 그 바다를 움직이는 선원들의 얼굴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2026년 6월 23일 시작된 이 대피 작전은, 그 보이지 않던 사람들을 비로소 화면 위로 끌어올린다.

 

숫자 뒤에 가려진 이름들

 

여기서 이 사건의 본질이 드러난다. 호르무즈 재개방은 흔히 유가와 통행료로 측정된다. 그러나 그 재개방의 가장 정확한 척도는 따로 있다. 넉 달 만에 흔들리는 다리로 뭍을 디딘 한 선원이, 마른 입술로 집에 전화를 거는 그 순간이다. 강대국이 해협을 봉쇄와 개방의 카드로 주고받는 사이, 그 물 위에서는 평범한 노동자들의 시간이 통째로 저당 잡혀 있었다. 전쟁의 청구서에는 무너진 도시와 치솟은 물가가 적히지만, 1만 1천 명이라는 이 항목은 좀처럼 기록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번 대피 작전은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 잊혔던 사람들의 존재를 다시 셈에 넣는 일이다. 평화의 진짜 무게는 배럴이 아니라 사람으로 잰다. 갑판 위의 1만 1천 개 이름이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때, 호르무즈는 비로소 온전히 열린 것이다.

작성 2026.06.24 10:09 수정 2026.06.2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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