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변호사 한병철의 글로벌 법률 가이드9]
- 한국에서 음주운전, 당신 나라와 다르다
◇ 국적이 달라도 처벌은 같다 - 외국인에게는 한 가지가 더 따라온다
회식이 끝났다. 함께 일하는 한국 동료가 차를 가져왔다.

"가까우니까 내가 데려다줄게. 한 잔밖에 안 마셨어."
당신은 조수석 문을 연다. 당신 나라에서는 이 정도면 괜찮았던 것 같다.
바로 이 한 장면에서 외국인의 한국 생활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음주운전(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것)을 가볍게 보는 나라는 이제 거의 없다. 그런데 나라마다 '기준'과 '결과'가 다르다. 그 차이를 모르면 한국에서 발이 묶인다.
먼저 숫자부터 보자.
베트남은 2025년부터 술을 한 모금이라도 마시면 안 된다. 혈중알코올농도(피 속 알코올 비율)가 0을 넘기만 해도 단속 대상이다. 이른바 절대 금지다.
한국과 일본은 0.03%부터 처벌한다. 소주 한 잔으로도 닿을 수 있는 낮은 수치다.
미국과 중국은 대체로 0.08%부터 형사 처벌한다.
정리하면 한국은 미국·중국보다 엄격하고, 베트남보다는 느슨하다.
여기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이 있다.
"한국은 0.03%까지 봐주니까, 조금은 괜찮다."
이 착각이 위험하다. 0.03%는 봐주는 선이 아니라 처벌이 시작되는 선이다. 체격, 공복 여부, 마신 시간에 따라 한 잔으로도 넘는다.
◇ 한국에서 진짜 무서운 건 벌금이 아니다
음주운전 자체의 처벌은 이렇다.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0.08% 미만이면 면허가 정지되고,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이다.
0.08% 이상 0.2% 미만이면 면허가 취소되고, 1년 이상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1천만 원 이하 벌금이다.
0.2% 이상이면 2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 벌금이다.
그런데 외국인에게 핵심은 이 숫자가 아니다. 핵심은 혈중알코올농도가 아니라 체류자격(한국에 머물 수 있는 비자 조건)이다.
세 가지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첫째, 한국에서는 음주 측정을 거부하는 것 자체가 범죄다.
경찰의 측정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 벌금이다. 면허도 취소된다.
이 점이 미국과 다르다. 미국은 측정 거부를 주로 면허 정지 같은 행정 처분으로 다룬다. 연방대법원 판결(Birchfield v. North Dakota, 2016) 이후, 영장 없는 채혈 거부를 형사처벌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다. "거부하면 그만"이라는 미국식 감각으로 한국에서 측정을 피하면, 오히려 더 무거운 죄가 된다.
둘째, 운전을 한 사람만 처벌받는 것이 아니다.
운전자가 술을 마신 줄 알면서 차 키를 건네거나, 운전을 권하거나, 그 차에 함께 탔다면, 동승자도 음주운전 방조(남의 범죄를 도와주는 것)로 처벌될 수 있다. 한국 형법 제32조가 근거다.
이 부분은 일본과 비교하면 분명해진다. 일본은 아예 별도의 죄를 만들어 두었다. 술 취한 사람의 차에 탄 동승자, 차를 빌려준 사람, 술을 권하거나 판 사람까지 각각 처벌한다(일본 도로교통법 제65조). 한국은 일본처럼 동승자 전용 조항을 두지는 않았지만, 방조라는 일반 원칙으로 같은 결과에 이를 수 있다.
실제로 부산에서 이런 판결이 있었다. 함께 술을 마신 뒤 취한 친구에게 오토바이 열쇠를 건네 운전하게 하고 자신은 뒤에 탔다가 사고가 난 사건이다. 운전을 한 친구가 크게 다쳤다. 법원은 열쇠를 건넨 사람에게 음주운전 방조죄를 적용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부산지방법원 2023. 5. 11. 선고 2023고단292).
"나는 운전 안 했다"는 말로는 안전하지 않다.
셋째, 사고가 나면 합의나 보험으로 형사처벌을 막을 수 없다.
한국에서 음주운전 중 사람을 다치게 하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정한 '12대 중과실'에 해당한다. 보험에 들어 있어도, 피해자와 합의해도, 형사재판을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위험운전치사상(술에 취해 정상 운전이 곤란한 상태로 운전해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숨지게 한 죄)이 함께 적용될 수 있다. 사람을 다치게 하면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숨지게 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이다.
참고로 중국은 외국인에게 또 다른 의미로 무겁다.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이면 위험운전죄라는 '범죄'가 되어 전과(범죄 기록)가 남는다. 중국에서 이 전과는 취업과 공직, 자녀 문제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나라마다 '진짜 아픈 부분'이 다르다는 뜻이다.
◇ 이미 단속되었다면, 순서대로 움직인다
당황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간 순서로 정리한다.
먼저 오늘 안에 할 일이 있다.
여권, 외국인등록증, 운전면허 관련 서류를 한곳에 모은다. 단속·조사 과정에서 한 진술은 그대로 기록으로 남는다. 한국어가 서툴다면 통역의 도움을 받겠다고 분명히 밝힌다. 통역 없이 한 진술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 며칠 안에 할 일이 있다.
형사 절차와 출입국 절차를 따로 준비한다. 외국인은 형사처벌을 받은 뒤에도 비자를 바꾸거나 연장할 때 사범심사(외국인이 법을 어겼을 때 출입국에서 다시 심사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처음 진술과 제출 자료가 처분 수위를 좌우한다.
절대 하지 말 일도 있다.
단속을 피하려고 그 자리에서 술을 더 마시는 행동이다. 한국은 2025년 6월 시행된 이른바 '술타기 금지' 조항으로 이를 따로 처벌한다(도로교통법 제44조 제5항). 측정을 피하려 도망치거나, 다른 사람에게 운전을 뒤집어씌우는 행동도 죄를 더 키운다.
◇ 변호사가 들어오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음주운전 사건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형을 깎아주겠다는 약속이 아니다. 흐름을 바꾸는 일이다.
증거를 정리한다. 측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운전 시점과 측정 시점 사이의 수치 변화는 어떻게 다툴 수 있는지 살핀다. 실제로 대법원은 측정이 상승기에 이루어진 경우 운전 당시 수치를 어떻게 따져야 하는지에 관해 최근에도 기준을 제시했다.
절차를 고른다. 외국인 사건은 형사 절차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형사 대응과 출입국 대응을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이 둘을 따로 떼어 놓으면, 형은 가벼워졌는데 체류가 무너지는 일이 생긴다.
타이밍을 본다. 지금 바로 움직일 단계인지, 자료를 더 모을 단계인지를 가른다.
실수를 막는다. 술을 더 마시거나, 통역 없이 진술하거나, 사범심사를 그냥 넘기는 실수가 가장 흔하다. 변호사는 이 길목마다 멈춰 세운다.
외국인에게 음주운전은 형벌로 끝나지 않는다. 모든 음주운전이 곧바로 강제퇴거(본국으로 강제로 돌려보내는 것)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위반 정도, 재범 여부, 사고 유무, 비자 유형, 국내 정착 정도에 따라 출국명령이나 강제퇴거가 검토될 수 있다. 사건 유형과 체류자격에 따라 대응 순서가 달라진다.
한국에서 운전대를 잡기 전 기억할 것은 단 하나다. 당신 나라의 기준이 아니라 한국의 기준이 적용된다. 그리고 외국인에게는 형벌 위에 체류라는 한 줄이 더 붙는다.
지금 필요한 건 "괜찮겠지"가 아니라 대리운전 앱을 켜는 손가락이다.
한병철 /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 변호사
(대한변협 인증 형사전문변호사 · 부동산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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